일본 8월 풍경을 담았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쿨비즈 문화와 오봉, 청춘18 티켓 여행이 이어집니다. 휴가 후 찾아오는 사자에상 증후군까지!

일본 8월, 찌는 듯한 무더위와 쿨비즈 문화
일본의 8월은 한여름의 열기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입니다. 30도를 훌쩍 넘는 날이 이어지고,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35도 이상 오르는 폭염이 계속됩니다. 직장인들은 ‘쿨비즈(COOL BIZ)’ 캠페인에 맞춰 넥타이를 풀고 반소매 셔츠나 얇은 소재의 옷을 입으며 최대한 가볍게 출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퇴근길 지하철 안은 더위와 습기로 가득 차 손수건으로 땀을 닦거나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더운 날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와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여름 무더위가 한층 강해졌습니다. 여름철 일본의 거리를 걷다 보면,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와 함께 ‘더위를 어떻게든 견뎌보자’는 사람들의 다양한 여름나기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집니다.
오봉(お盆)과 여름휴가, 일본의 귀성 풍경
일본의 8월을 대표하는 행사 중 하나는 바로 오봉(お盆)입니다. 오봉은 돌아가신 조상의 넋을 기리는 기간으로, 보통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집니다.
13일에 영혼을 맞이하고 16일에 다시 보내는 의식이 진행되며, 각 가정과 지역에서는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제례를 준비합니다.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의 오봉 기간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달력에는 검은색 평일로 표시됩니다. 그 대신 많은 기업과 관공서가 이 시기에 맞춰 여름휴가를 부여하여 직원들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기간 일본의 주요 역과 고속도로는 귀성객들로 붐비며, 기차표나 항공권은 몇 주 전부터 매진되기 일쑤입니다. 지방 도시의 상점과 거리는 한층 활기를 띠고, 고향을 찾은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명절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봉 기간에 맞춰 봉오도리(盆踊り) 같은 전통 춤이나 마을 축제가 열리기도 하여, 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게 하는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기차로 떠나는 여름 여행, 청춘 18 티켓의 매력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겹치는 8월, 일본 여행객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교통패스가 있습니다. 바로 ‘청춘 18 티켓(青春18きっぷ)’입니다. 이름에서 청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1장의 티켓으로 총 5회, JR 대부분의 노선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청춘 18 티켓의 가장 큰 매력은 ‘여유’입니다. 신칸센이나 특급열차가 아닌 보통·쾌속열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속도는 느리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시골 풍경과 바다, 산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중간 거점역에서 잠시 내려 지역 음식을 맛보거나 편의점에서 산 음료와 안주를 곁들여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소소한 즐거움도 여행의 묘미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 니가타현의 오우미역(青海川駅)까지 가는 여정은 약 7시간이 걸리지만, 이 긴 시간이 오히려 완벽한 ‘생각 비우기’의 시간이 됩니다. 돌아오는 길에 JR니가타역에 들러 현지산 고시히카리 쌀과 니혼슈를 맛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장거리 기차여행의 피로마저 즐거운 추억이 됩니다. 느린 속도 덕분에 놓치는 풍경이 없는, 그야말로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청춘 18 티켓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휴가 후 찾아오는 사자에상 증후군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점,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사자에상 증후군(サザエさん症候群)’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이는 매주 일요일 저녁 6시 30분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사자에상’의 엔딩송이 흐르기 시작하면, 다음 날 출근을 떠올리며 갑작스러운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느끼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휴가 직후라면 이 감정이 더욱 강하게 찾아옵니다.
휴가 동안 느꼈던 해방감과 여유로움이 사라지고, 다시 빡빡한 일정과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집 안에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하며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처 공원에서 저녁 바람을 느끼거나, 가족과 가벼운 외식을 하며 휴가의 여운을 조금 더 이어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한, 자기 전에는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하며 몸과 마음을 릴렉스시키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발코니에 나가 여름밤의 별빛을 바라보며 다음 주의 계획을 간단히 정리하다 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이렇게 하면 휴가 후 찾아오는 ‘사자에상 증후군’도 조금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2026년 일본 8월 공휴일 정리
2026년 8월 일본의 공식 공휴일은 8월 11일 화요일 ‘산의 날(山の日)’입니다. 법정 휴일은 이 하루뿐이지만, 전통적인 조상 추모 기간인 오봉(お盆)이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집니다.
오봉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지만 많은 회사와 가게가 문을 닫고 직원들이 귀성이나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사실상 연휴처럼 느껴집니다. 이 기간 전후로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6~9일의 여름휴가를 만들 수 있어, 국내외 여행을 계획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본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오봉기간은 피하시길 추천드립니다.